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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삼팔선의 로또연가!

Life Essay/Commentary on Issue

by 김현욱 a.k.a. 마루 2006. 10. 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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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
로또 대박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이 어김없이 천원짜리 만원 짜리 지폐를 손에 꽉 지고
마음속으로 기원에 기원을 하면서 로또하러 갑니다.
설레는 가슴안고 로또 머신 버튼을 누르는 아가씨의 손끝에 온갖 기를 쏟아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늘상 찾아오는것은 이래저래 비껴가는 얄미운 로또 번호들!!! 나쁜 스끼!!!
그래도 미운 놈 떡 하나 주는 심정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로또하러 갑니다.

늦은 오후 텅 빈 거리를 홀로 걸으면서 "난 괜챦아! 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보지만
아침이 밝아오면 여지없이 고개를 떨구는 이태백이 되고 맙니다.

방바닥을 이래저래 기어다니며, 우유병을 찾는 아이와 삯바늘질로 끼니를 대는 아내를 등뒤에 남겨두고 오늘도 희망의 끈을 잡기위해 힘차게 대문을 나서지만, 대문밖 세상은 오늘도 여지없이 횡하기만 합니다. 덜컹거리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창밖으로 분주히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일 하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것은 없다는것을...

이 곳 저 곳 쏘다니며, 서러움의 퇴박도 당하며 허기진 배를 물로 달래며 지켜온 오늘 하루의 내 삶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허드렛일 품삯으로 받은 몇 만원의 돈에서 몇 천원 가지고 복권방으로 갑니다. 보이지않는 희망의 불씨를 기대하면서........... 언젠가는 언젠가는 내게도 행운이 올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못해서 안되는 줄 알면서도 발길은 로또방으로 향하고 맙니다.

가파른 언덕길 힘겨운 오름이지만 남은 돈으로 막내둥이 분유라도 한 통 겨드랑이에 꼭 끼여 있기에
그나마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입니다.
몹씨 낡고 녹슬은 철 대문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친 몸 추스리며 들어오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 아내는 원망스런 퇴박을 내 뱉기 보다는 겨드랑이 분유통을 감싸 않으며, 따뜻하고 사랑스런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차라리 퇴박이라도 하면 나을 것 같지만 천성이 착한 아내의 따뜻한 배려가 더 더욱 가슴시려 눈물나게 합니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숟가락 두개로 새로운 인생을 열어온 지난 수십년의 시간동안 앞만 보고 달린다고 아내의 손 끝에 멍들어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간장 한 종기! 신 김치 몇가닥 잡곡섞인 밥 한 공기가 전부인 저녁상 이지만 아내의 정성이 담겨있어 내게는 진수성찬이 되고 맙니다.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아내가 눈치챌까? 고개를 숙인 채 맛나게 먹는척 합니다.

가슴속 깊이 접어둔 로또에 희망을 실어보며, 기나 긴 가을 밤을 지새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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