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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 나도 하고 싶었다.

Life Essay/Commentary on Issue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8. 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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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 나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으로 내정된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학위조작으로 학벌위조 논란의 불씨가 점화되어 유명영어강사인 MC 이지영, 그리고 인기 만화가 이현세로 퍼져 나가더니 디워의 심형래 감독의 학벌 해프닝에 이어 최근 SBS“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번에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자 K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창하로 이어지면서 학벌논란의 파장은 거침없이 사회적 이슈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 마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과거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희미한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학벌위조! 나도 하고 싶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인재채용 그릇된 관행이 그렇게 하도록 유혹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능력은 있으나 학벌이나 문서화된 자격증이 없으면 어디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운 곳이 우리나라 아닌가? 라는 물음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예전에 비해 많은 인식의 전환이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벌을 중시하는 인재채용 관행과 학벌에 의한 능력평가를 우선시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면에는 깊숙이 남아있다.

물론, 좋은 학벌에 능력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겠지만, 아쉽게도 신은 그렇게 완벽한 인물을 많이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살펴보면 유독 어려운 성장환경으로 많은 공부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는 나름대로 독학으로 어느 정도 학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계를 병행하는 경우라면 본의 아니게 능력에 걸맞게 원하는 만큼의 학벌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세간의 사람들은 중졸이나 고졸의 학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말들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유명대학을 나오고 유학을 거쳐 박사학위란 높은 학벌을 가진 엘리트 중 엘리트가 앞서 말했던 위치에 오르게 되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을 한다. 왜 그럴까? 상대적인 관계해석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해서 한 예로 당신의 동료 중 한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아 당신보다 먼저 승진을 했고, 자신은 대학원 졸업이나 동료의 학벌이 고졸이라고 할 때 그 보다 학력이 높은 당신은 겉으로는 동료의 승진을 축하할지 모르지만 내심 속으로는 자존심 상하고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마음이 한 번쯤 들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갑자기 스카우트된 능력 좋은 상사가 자신보다 못한 학벌의 소유자라면 그 상사의 지시와 프로젝트가 괜스레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심리적 변화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반응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학벌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어두운 사례들은 비단 학계 뿐 만 아니라, 여러 선발대회나 공모전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다. 비록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림에 천부적인 재주를 가진 작가가 있었고, 그 작가가 공모전에 작품과 프로필을 적어 출품을 했다고 보자. 심사과정에서 유명대학을 졸업한 작가와 경쟁 상태에 놓였을 때 작품의 수준은 유명대학 출신인 작가보다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이 상황에서 심사위원들은 과연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는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답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유명작가의 사인이 들어있다면 그것이 하찮은 낙서 일지라도 작품이 되는 세상. 실력 있는 무명화가는 아무리 멋진 그림을 그려도 졸작으로 낮추어 보려는 학벌지상주의에 만연된 곳이 우리사회의 단면이고 그러한 잘못된 인식들이 오늘이 논란을 자초한 것은 아닐련지.

나는 이번 학벌위조 논란에 거론된 신정아, 이지영, 이현세, 심형래, 이창하 이들을 학벌위조는 제각각 그 성질이 조금씩 다르기에 몰아서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학벌위조에 대해서 옹호하려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분명 이들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학벌을 뒤늦게라도 밝혀 마음의 짐을 덜어 낸 사람도 있고, 애써 자신의 학벌을 끝까지 우기는 사람도 있다. 한 없이 오랫동안 부풀러진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합리화를 거부할 수 없는 심리적 부담감을 감당하기엔 그 의지가 아직은 허락지 않는 모양이며, 지금까지 성공한 인물들로 부상시켜 준 화려한 황금날개를 떼어버리기엔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학벌위조논란의 대상이 된 이들의 잘못은 분명히 있다. 이들은 넘지 말아야 강을 학벌지상주의에 만연된 사회적 인식과 그들이 편력의 유혹에서 자신을 지키지 못했고 그것을 스스로를 옥죄는 매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잘못된 선택 이였으며, 가장 큰 잘못은 자신들의 거짓학위로 인해 진정 그 자리에 올라서야 할 인물들의 기회마저 뺏어다는 것이 가장 큰 원죄일 것이다.

지난 날, 나 자신에게도 그들 못지않은 학벌위조의 유혹이 여러 번 있었다. 유망기업에서 중견관리자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나는 이력서에 차마 대학졸업이란 칸을 메우지 못했고 스카우트 제의를 사절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이들처럼 눈 감고 유명대학 졸업이라고 적었다면 학벌조작이 들통 나기 전 까지는 지금보다 화려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이름이 조금 알려지고 유대관계를 가지면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에서 가장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학력에 관한 질문 이였다. 나의 학력을 알게 되는 전. 후의 존재평가가 새롭게 인식되는 것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독학으로 공부를 하고 있고 방통대 컴퓨터공학과를 1학년만 이수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멈춘 상태지만, 당당하게 이력서엔 상고졸업을 마지막 학력으로 적어 보낸다.

그것은, 학력이 나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의 전부라고 믿지 않으며, 능력과 자기 계발 노력만이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는 방패이며, 그 방패가 나를 상처입지 않도록 튼튼한 강도로 연마되도록 하는것은  지금도 쉼 없이 공부하며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굳게 믿고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학벌위조는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누가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돌을 던지기 이전에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려고 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학벌위조의 잘못이 있다면 당연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학벌위존 논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먼저 학벌지상주의에 만연된 우리사회의 일면의 인식을 재고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고, 대기업과 학계의 인사채용에 있어서는 사전 확인과정에 있어 주의 깊은 심사와 검증을 거쳐 제3의 피해자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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