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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른 새벽 차 한잔에 전열을 가다듬는 까닭은?

Design News/Design Column

by 김현욱 a.k.a. 마루 2008. 1. 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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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가족들 깰까봐 꽁지걸음으로 주방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준비한 뒤 서재로 돌아와 오늘 있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할 디자인회의에 쓸 디자인 시안들을 준비하는 힘든 과정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어제는 다른 날과는 달리 서둘러 일과를 정리하고 외부 업무를 마감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서 저녁 시간대에 디자인 작업을 할 계획을 세워 심적인 부담감이 좀 덜고자 했는데 피곤함이 누적된 탓인지 저녁을 먹자마자 잠이 들고 말았다. 재밌는 것은 근래에 들어 저녁먹자마자 잠이 들어버리는 일들이 잦다는 것이다. 나이 탓인가? 그래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추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른 새벽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절로 눈을 뜨게 만드나 보다. 

디자이너라면 이런 일들이 다반사 일게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만족스런 디자인을 창조해 내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머리를 쥐어짜서 최상의 디자인 안들을 만들어 내는 고통스런 작업들을 게을리 하지는 않는다.

자칫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이루어지지 않으면 밤새워 작업했던 디자인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참담함 상황도 맞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므로 정신을 가다듬고 고객과의 기획회의에서 주고받은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회사의 오너나 고객들은 이 과정들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좀 더 다양한 디자인 안은 없나요?”라고 쉽게 말하며 마치 신의 손인 듯 말만 하면 뚝딱 뚝딱 쉽게 만들어 내는 줄 안다. 다양한 디자인을 요구하면 그 만큼의 디자인 비용을 투자해 주어야 하는데, 고객들은 그것이 마치 당연한 듯 디자인 비용 지출에는 인색하고 요구사항만 잔뜩 늘여놓는다. 이런 웃지 못 할 상황들은 결과적으로 디자이너들의 창작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디자이너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앞으로 디자인 작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기에 이렇게 밤을 지새우며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미팅시간 까지 남은 6시간 안에 지금껏 그려 둔 밑그림을 바탕으로 백지위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뜻밖의 굿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행여나 드러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고객과 디자이너의 컬러 감각이 다르고, 현장 주변 환경의 컬러도 감안해야 하므로 디자인에 적용된 컬러가 모든 요소들과 조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튀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깊은 멋을 발산하는 컬러의 배합기술이 이번 디자인 프로젝트의 관건이고 다른 프로젝트와는 달리 이미지가 많이 사용되는 경우라 이미지가 담고 있는 컬러가 주변의 다른 컬러와 부적절한 조화를 이루지 않도록 이미지 선별과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전열이 가다듬어진 것 같으니,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탁상위에 놓인 ipod에 넣어놓은 마음을 안정시켜줄 음악을 플레이시키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넘나들고, 몇 년 동안 모아둔 수 만장의 이미지가 담겨진 디스크를 활보하며 정신없이 이른 아침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겠지. 그리고 디자인 미팅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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